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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퀘스트/노르드

[컨퀘스트] 어부 휼의 이야기

by 드렁큰미니어처 2024. 6. 4.



어부 휼과 빛나는 나무의 밤 이야기


난로 주위로 당장 모여보세요. 나나가 어부 휼과 빛나는 나무의 밤 이야기를 들려줄 거예요.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밤이었어요. 그해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고 어부들의 그물이 텅 비었거나 거의 바닥을 드러낸 날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흉년이 든 해였어요. 휼도 예외는 아니었고, 오히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휼은 남들이 뭐라건 여타 다른 우리 마을의 사람들처럼 건실한 사내였죠. 또한 그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경건한 사람이었고, 애시르와 바니르 신을 숭배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믿음이 그를 그날 바다로 내몰았으니, 선한 휼은 가장 성스러운 겨울 밤에 가족과 신에게 잔치와 더불어 축의를 표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같은 용감한 마음을 가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날이 밝기도 전에 해안을 떠났습니다. 해가 뜨기도 전에 그들은 배의 뱃머리에 달린 랜턴의 안내에 따라 얼음 위로 배를 밀어 물가에 닿을 때까지 전진했고, 거기서부터는 곧장 남쪽으로 항해했습니다. 날이 밝기 시작하자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첫 번째 그물을 던졌지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물은 빈 채로 올라왔습니다. 해가 절정에 이르자, 그와 몇몇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남쪽으로 항해하지 않고 다시 그물을 던졌지만 여전히 그물은 비어 있었습니다. 동료들은 하나둘씩 얼어붙은 해안으로 향했지만 휼의 자존심과 명예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휼은 뒤쪽 해안이 멀어지고 만하임이 섬처럼 보일 때까지 혼자 항해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날이 저물어갈 무렵, 그는 세 번째로 그물을 던졌습니다.

 

그는 추위와 매서운 비바람 속에서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그는 겨울 어스름이 내려앉고 동료들의 배 불빛이 북쪽에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는 어둠이 찾아오고 미약한 빛을 내뿜는 자신의 랜턴만이 사방의 유일한 빛이 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는 일 년 중 가장 긴 밤이 그를 삼켜버리고 랜턴의 불꽃마저 시들어 버릴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검은 파도 위에서 잔잔히 흔들리는 배, 기름이 바닥난 채 어둠 속에서 춤을 추는 고독한 별과 같은 등불을 바라보며 그는 모피를 뒤집어쓰고 기다렸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고 휼은 작은 불꽃이 시들어가는 것을 절망적인 표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빛이 사라지면 신들이 올해 자신에게 물고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 불빛을 계속 주시했습니다. 그러나 빛은 시들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계속 빛나고 있었어요. 그것이 불타는 나무의 밤의 첫 번째 기적이었습니다. 기름이 다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 년 내내 숨어 지내던 물고기들이 창백하게 꺼지지 않는 등불을 보았고, 절망에 빠진 물고기들의 눈에는 그 등불이 태양처럼 보였습니다. 우리 노르드 인의 겨울 밤이 어둡다고 생각한다면, 물고기들은 더욱 고되게 공허 속을 헤엄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그들은 작은 등불의 태양에 대해 약속이라도 한 듯 이끌려 수십 마리가 훌의 그물에 달려들었습니다. 이것이 빛나는 나무의 밤의 두 번째 기적이었습니다.

 

휼은 기뻐하며 신들의 친절에 감사했고, 그해 처음으로 그물을 가득 채운 풍성한 고기를 잡았습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웃으며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다가 마침내 자신이 잡은 물고기의 대가가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일 년 중 가장 긴 밤, 하늘과 바다가 어두워지고 별을 가린 구름과 바이프로스트의 빛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휼은 길을 잃고 육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제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휼의 종말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이들은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그 후로 아무도 그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가 어둠 속에 홀로 남아 있고, 그의 작은 어선은 밤하늘의 긴 어둠 속에 떠 있으며, 뱃사람들은 그의 등불인 율로디 별을 통해 남쪽을 찾고, 기다리는 아내 길데 별의 횃불을 통해 북쪽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 마을 사람들은 남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기억합니다. 어두운 절망 속에서 휼은 북쪽에서 구름에 닿을 듯 밝고 가지가 뻗은 빛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고, 땅이 어디 있는지 알았습니다. 그는 신들을 찬양하였고, 그의  웃음은 어둠 속에 메아리쳤습니다. 휼은 눈물을 흘리며 신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것이 세 번째이자 마지막 기적, 휼의 기적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희생이 따르는 기적이었습니다. 라그나로크의 밤과 이그드라실의 불타는 밤, 그 후로 일 년 중 가장 긴 밤, 우리는 휼의 이름을 기억하며 '빛나는 나무의 밤'이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