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역사가와 그 제자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은 '도미니언'(지배)이라는 명칭이 인간의 지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잘못되었다. 이것은 본래 인류의 신이자 판토크라토르라 불린 하즐리아의 지배를 의미했다. 그리고 하즐리아의 몰락과 함께 지배는 끝이 났다.
백왕국의 동쪽, 클라우스트린 산맥과 그 너머 사막 황무지를 지나면 '옛 제국'의 심장부가 자리하고 있다. 한때 대륙을 아우르는 강대국이었던 옛 제국의 군단은 드웨곰과 첨탑과 같은 고대 종족들마저도 순응하게 만들거나, 최소한 순응하는 척하도록 만들 만큼 강력했다.
한때 풍요로웠던 심장부의 계곡과 비옥한 평원을 지나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시 카피타스가 세워진 강가의 계곡이 있다. 그리고 바로 여기, 가장 신성한 도시의 폐허 속에 하즐리아 몰락의 잔재가 남아 있다.
죽음에 이르는 상처를 입었으나 불멸의 존재인 하즐리아는 백성들의 배신에 분기탱천하였다. 하즐리아는 교만 속에서 올드 도미니언을 멸망시키려 했지만 만신전의 다른 신, 어머니 니누아의 희생으로 그 분노는 좌절되고 말았다.
거부당하고, 부서지고, 광기의 끝으로 내몰린 하즐리아는 복수를 하겠다는, 배신자를 응징하겠다는 절박한 호소에 응답해줄 수 있는 모든 힘에 손을 뻗었고... 그중 하나가 응답했다. 파괴의 세 번째 화신 '죽음'은, 살아있는 자건 죽은 자건 어떤 존재의 손길도 닿지 않는 곳에 묶여 있었지만, 하즐리아는 이제 둘의 문턱에 서 있었고 그의 부름을 들을 수 있었다. 모든 신성한 힘을 다해, 하즐리아는 추락하면서 죽음의 감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버려진 영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필멸자나 불멸자 모두 이해할 수 없지만, 극점에 놓인 두 태고적 신성이 융합하여 부경한 혼합체가 탄생했다. 바로 언데드다.
생명은 있으나 살아 있지 않고, 의식은 있으나 영혼은 없는, 새로운 태초의 개념이 탄생했다. 분노로 가득 찬 그 탄생의 외침은 카피타스와 그 너머 옛 제국의 수천이 넘는 망자들에게 하즐리아의 정수의 일부를 주입하여 괴기스러운 불사를 부여 하였다. 죽은 자들과 하즐리아의 영적 연결은 정수의 주입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놀랍도록 자연스러웠다. 사실, 이 탄생의 외침은 너무나 강력해 통제할 수조차 없었고 하즐리아는 그의 본질을 너무 많이 쏟아내고 말았다. 그 결과, 그의 언데드 피조물들의 내면에는 살아있는 것들을 죽이라는 단 하나의 지시만이 남게 되었다.
이후 벌어진 학살에 대한 기록은 잿빛 새벽 교단의 가장 비밀스러운 금고 외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시대에 대한 지식은 '옛 제국'을 탈출해 클라우스트린 산맥을 넘어 자유를 찾은 마지막 인류, 러스족의 어두운 신화와 전설에 묻혀 있을 뿐이다. 인류의 남은 자들 중 그들만이 하즐리아의 분노와 절망, 현실로 드러난 무자비한 공포에 직면해야 했으며, 그들의 신화, 전설, 그리고 문화적 관점은 이를 반영했다.
최후의 군단과 삼위일체의 마지막 남은 신 클레온의 이타적인 희생으로 하즐리아의 군대는 패배했지만, 부패한 것이라 할지라도 세번째 기사와 같이 오래되고 광대한 태곳적 힘은 패배할 수 없으며, 단지 억제될 뿐이다.
그리하여 하즐리아의 힘과 그의 의지는 분리되었다. 군단이 그의 의지로 무엇을 했는지는 인류의 가장 철저한 비밀로 남아 있지만, 그의 힘은 수 세기 동안 '옛 제국'의 중심부에서 어떠한 통제도 없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카피타스의 중심에는 수 마일 높이의 불빛이 타오르는 거대한 구덩이가 있는데, 그것은 어둠의 불길이자 강력한 광선으로, 거대한 그림자를 던지며 도시 전체를 지옥 같은 불빛과 춤추는 그림자로 뒤덮는다. 이것은 인류의 타락한 신 하즐리아의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는 본질이며, 전무후무한 타락으로서 수세기 동안 사이렌 노래를 부르며 미친 자, 망가진 자, 절망한 자, 권력에 굶주린 자들을 불꽃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끌어당겼다.
수 세기에 걸쳐 수백, 수천의 필멸자들이 그 부름에 응답했다. 그중 극히 일부만이 살아남아 예언자, 전쟁군주, 선동가, 천리안을 가진 자, 울부짖는 자, 수호자, 낙인찍힌 자, 속삭이는 자, 부서진 자가 되어 '기름 부음 받은 자들'이라 불렸다.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첫 속삭임이 인간의 땅에서 들리기 시작하였고, 이 속삭임은 곧 폭풍이 될 것이다…